| [인터뷰] 11기 이홍 학생 — 디스플레이 PM, 다시 학생이 되다 |
|---|
|
|
삼성디스플레이에서 10년간 PM으로 일한 이홍 학생은 큰 과제들을 리딩하며 넓은 경험을 쌓았지만, 한 분야를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은 늘 남아 있었습니다. 올해 공학전문대학원 11기로 입학해 마이크로 LED용 화소 회로를 연구 중인 그에게 연구와 학교생활, 농구동아리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홍 학생 (공학전문대학원 11기)
[다시 시작한 공부] Q. 간단한 자기소개와 공전원 진학 계기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과제 PM으로 일하다가, 올해 공학전문대학원 11기로 입학한 이홍입니다. 현업에서는 개별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주로 고객과 회사의 주요 일정을 맞추고, 과제를 진행하며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를 조율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한 분야를 깊게 파기보다는 업무 전반을 넓게 보는 방식으로 일해 오다 보니 늘 공부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닿아 공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Q. 10여년 만에 다시 학생이 되셨습니다. 많은 선택지 중 공학전문대학원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학교로 돌아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오랜 목표이자 꿈이었습니다. 그 기회를 잡고 싶어서 회사에서도 더욱 열정적으로 일했던 것 같아요. 일반 대학원에 진학해 다른 학생들과 동일한 커리큘럼을 밟고 논문을 작성하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저는 이미 현업에서 일정 부분 경력을 쌓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이제 막 다음 커리어를 준비하는 일반 석사과정 학생들과 제가 학교에서 얻고자 하는 바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죠. 공학전문대학원에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다년간 실무 경험을 쌓아온 분들이 모여 계시다 보니,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배울 점이 정말 많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물론 단순히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프로젝트 보고서나 연구 결과물로 스스로의 몫을 확실히 증명해내야 하기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 선택을 전폭적으로 응원해 준 가족들과, 진심으로 격려해 준 회사 동료들 덕분에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습니다. Q. 막상 학교에 와보니 어떤 점이 가장 회사와 달랐나요? 회사에서는 목표와 기한이 명확하게 주어진 환경에서 일합니다. 명확한 과제를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실행해내느냐가 핵심이지요. 반면 학교는 완전히 다른 환경입니다. 스스로 무엇을 탐구하고 연구해야 할지 출발점부터 직접 찾아나서야 하거든요. 시험이야 정해진 범위를 집중해서 공부하면 되니 오히려 수월하게 느껴집니다. 정작 어려운 것은 프로젝트 연구 보고서를 위해 능동적으로 주도권을 잡고 공부하는 과정이에요. 누군가 정해준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그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합니다. 두 번째 학기를 시작한 지금도 여전히 가장 도전적인 부분입니다.
[전체를 보던 PM이 회로를 파고들기까지] Q. 지금하고 계신 화소 회로 연구가 뭔가요? 이 주제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디스플레이에서 빛을 발하는 핵심 소자를 정밀하게 제어하고 작동시키려면 화소 회로가 필수적입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차세대 기술인 마이크로 LED에 최적화된 회로를 설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OLED와는 발광 재료 특성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춘 새로운 회로 구동 방식을 설계해야 하거든요. 이 주제를 택한 건 제 오래된 아쉬움 때문이었습니다. 디스플레이 전문 회사에 다니면서 제품의 작동 원리를 모른다면 언젠가 엔지니어로서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 느꼈어요. 저 또한 10년 동안 화면이 완성되는 과정을 관리해 왔지만, 막상 그 화면이 어떤 회로 원리로 빛을 내는지는 제 언어로 더 깊이 설명하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었습니다. 지금의 연구가 당장 현업의 특정 업무를 해결해주지는 않더라도, 앞으로 어떤 위치에서 일하든 단단한 자산이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Q. 전기정보공학부 이수연 교수님 연구실에 매일 출근하고 계십니다. 연구실을 선택한 계기와 그곳에서의 생활을 들려주십시오. 화소 회로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실이 많지 않은 편입니다. 마침 교수님께서 같은 회사 출신이셨고 관련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를 이어오고 계셔서, 제가 직접 찾아뵙고 지도를 부탁드렸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주로 연구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명확히 잡아주십니다. 제가 구상한 아이디어를 들고 가면 학술적 가치와 논문 가능성을 날카롭게 짚어주세요. 저 역시 정식 논문 작성은 처음이다 보니 시야가 좁아지거나 방향을 잃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학술 기준에 맞는 최적의 길로 이끌어주시는 점이 큰 힘이 됩니다. 이번 학기는 교수님의 강의도 함께 수강하며 부족했던 이론적 깊이를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연구실에는 저보다 10년가량 어린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산학 연구과제로 회사에서 파견 나온 분들도 계셔서 아주 생소한 구도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서로 예의를 갖추고 조심스럽게 대해요. 연구실 연구원들이 정말 살갑게 잘 도와줍니다. 연구용 소프트웨어 활용법부터 연구실의 일상적인 운영 방식까지 처음에는 새로 익혀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 동료 연구원들 덕분에 빠르게 배우고 있습니다.
[목표는 1승]
▲광저우 전지훈련 중인 농구동아리 Q. 농구동아리 회장은 어떻게 맡게 되셨습니까? 공학전문대학원에 먼저 재학 중이던 선배께서 적극적으로 권해주셨습니다. 첫 학기라 모든 것이 낯설 텐데 함께 땀 흘리며 운동하다 보면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죠. 학창 시절부터 농구를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선배님들께서 다방면으로 지원해주시겠다고 약속해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맡게 되었습니다. 동아리에는 남녀 학생은 물론 외국인 학생들까지 다채롭게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다들 연배가 있다 보니 코트 위에서 한 게임 뛰는 것만으로도 체력 소모가 엄청나요(웃음). 그래서 서로 코트에서 함께 뛰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서로에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원팀으로 같이 운동하는 즐거움이 정말 큽니다. Q. 첫 학기 대회부터 여름 부트캠프 훈련까지,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습니까? 입학 후 첫 학기 대회는 부원들과 충분히 친해지기도 전에 서둘러 선수를 구성해 출전했습니다. 결과는 3전 전패라는 아쉬운 성적이었지만, 그 과정을 거치며 동아리원들과 한층 더 끈끈해졌어요. 일단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들어서면 다 함께 승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해 뛰게 되거든요. 함께 땀 흘리며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만큼 서로 빠르게 가까워지는 계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여름에 다녀온 광저우 부트캠프는 저희 농구동아리에게 하계 전지훈련이기도 했습니다. 현지 대학생들과 즉석에서 친선 경기를 치렀는데, 서울대에서 왔다고 짧게 인사 나눈 뒤 곧바로 코트에 섰어요.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스포츠라는 공통의 언어가 있어 오히려 더 끈끈한 경기였습니다. Q. 최근 연습 중 부상을 입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컨디션은 어떠신지, 앞으로의 목표와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2학기에는 꼭 첫 승을 거둬보자는 목표로 부원들과 의기투합해 열정적으로 연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농구라는 스포츠도 체계적인 전술과 선수 간 합이 중요하거든요. 그러던 중 제가 의욕이 앞선 나머지 나이를 잊고 무리하다가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완전 파열은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당장 다가오는 대회 출전은 무리하기보다 우선 재활과 회복에 전념한 뒤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합니다. 우선적인 목표는 단연 값진 '1승'을 거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동아리원 모두가 코트를 밟고 가능하면 최소 한 골씩은 넣는 것입니다. 소박해 보이지만 저희에게는 매우 뜻깊고 도전적인 목표입니다.
[현업으로 돌아갈 날을 준비하며] Q.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는 현업 엔지니어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직장 생활을 오랫동안 이어가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향후 커리어의 방향성과 전문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기존 업무 환경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다고 해서 그 근본적인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아요. 현실과 타협하며 유야무야 넘어가기 쉽지요. 학업의 장으로 돌아오면 최근 각광받는 AI를 비롯한 최신 기술 트렌드를 체계적으로 접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오랜만에 학구열을 태우며 공부하다 보면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분야에 깊은 흥미를 느끼기도 해요. 그것이 새로운 커리어 전환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고, 혹은 현재 걷고 있는 길에 대한 확신을 더해줄 수도 있습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보시라고 꼭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Q. 몇 년 뒤 돌아보았을 때,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어떻게 남기를 바라십니까? 이 곳 공학전문대학원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은 두말할 필요 없이 제 인생의 가장 큰 자산이자 선물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인맥 형성만을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것은 아닙니다. 원생들 대부분이 현업에서 쉽게 풀지 못했던 각자의 난제와 고민을 품고 이곳을 찾습니다. 회사에서는 엄격한 기한과 성과에 쫓기다 보니 대안적인 접근 방식을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채 기존의 방식을 고수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반면 이곳에서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양한 학문을 탐색하고, 다채로운 수업을 들으며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다각도로 접하고 깊이 있게 고찰할 수 있습니다. 향후 현업으로 돌아가 복잡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예전보다 훨씬 입체적이고 넓은 안목으로 접근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아직은 치열하게 배워나가는 과정이지만, 이곳에서의 경험이 훗날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시야와 통찰력으로 남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취재 및 정리: 김종은 학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