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10기 김병국 학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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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결제원에서 IT 개발 업무를 해온 김병국 학생은 2025년 공학전문대학원(이하 공전원)에 입학해 금융 AI와 연합학습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학교생활 중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지난 1년간 학생기자로도 활동했습니다. 직장인에서 학생으로, 그리고 쌍둥이 아빠이자 연구자로 여러 역할을 병행하며 보낸 대학원 생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김병국 학생 (공학전문대학원 10기)
Q. 학부생 때는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 거의 없었다고 들었습니다. 2013년 졸업 후 12년 만에 다시 학생이 되어보니 어떠셨나요?
학부 4학년 때 졸업 프로젝트를 하면서 처음으로 연구다운 연구를 경험했습니다. 당시 학부연구생이던 선배의 연구 내용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솔직히 너무 어려웠습니다. 논문을 읽어도 개념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고 겨우 하나를 이해하면 모르는 내용이 계속해서 이어졌습니다. 그때 가장 강하게 들었던 생각이 "석사 과정에 가면 이런 막막한 과정을 2년 내내 해야 하는 거구나"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대학원은 절대 가지 말아야겠다'고 일찌감치 마음을 굳혔습니다. 재미있는 건 당시 함께 연구했던 선배는 석사를 마치고 제가 다니는 회사로 입사했고 저는 반대로 12년 뒤 다시 학교로 돌아와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부 시절의 저에게 지금 제 모습을보여준다면 무척 놀랄 것입니다.
그렇게 대학원과 거리를 두려 했던 제가 다시 공부를 결심하게 된 건, 현업에서 체감한 기술의 빠른 변화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학부생이던 2012년에 인공지능 수업을 들었을 때는 AI가 산업 전반에 쓰이기까지는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는 분위기였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나니 회사에서는 AI 도입이 핵심 과제가 되었고 지금은 제가 AI를 활용한 금융사기 탐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막상 12년 만에 다시 학생이 되어보니 예상보다 훨씬 버거웠습니다. 회사에서는 오랫동안 해온 일이 있으니 익숙한 업무를 기반으로 조금씩 확장해가는 방식으로 주어진 문제를 풀었는데 학교에 오니 '내가 이것도 몰랐나?' 싶을 만큼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이 참 많았습니다.
Q. 공전원에 재학하는 동안 개인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올해 3월에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되셨는데요. 육아와 학업, 연구를 함께 해보니 실제 생활은 어땠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조금 낙관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출산 이후에도 시간을 잘 쪼개서 쓰면 연구도 충분히 병행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작년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할 수 있는 연구를 미리 다 해둘 걸...'이라는 후회가 듭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니 현실은 예상과 완전히 달랐습니다. 쌍둥이 육아는 변수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은 수유 텀이 조금 길어졌지만 신생아 시절에는 수유 간격이 2시간 남짓이라, 한 아이를 먹이고 겨우 숨을 돌릴 때쯤이면 다른 아이의 차례가 돌아오곤 했습니다. 예전에는 시험기간이나 과제 제출 기간이 다가오면 몇 시간씩 통으로 집중해서 마무리를 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긴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일상의 자투리 시간을 쪼개어 공부와 연구에 집중하는 쪽으로 생활 패턴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결코 저 혼자만의 힘으로 버텨낸 것이 아닙니다. 가장 먼저 배우자가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주었고 저희 어머니께서는 평일에, 아버지께서는 주말마다 오셔서 육아를 도와주셨습니다. 아마 가족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연구와 학업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키우기 전에는 시간 관리를 단순히 '개인이 얼마나 부지런한가'의 문제 정도로만 여겼는데 막상 겪어보니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철저한 '팀플레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끼리 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손발을 맞추지 않으면 육아와 학업, 연구를 병행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내일의 내가 해주겠지'라는 미루기는 육아 앞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Q. 연구를 직접 해보면서 대학원 연구에 대한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고 들었습니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대학원에 오기 전에는 석사 연구를 지금보다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박사의 연구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연구에 가깝다면, 석사의 연구는 기존 방법론을 잘 조합해 성능 지표를 어느 정도 끌어올리는 비교적 단순한 작업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착각이었습니다. 특히 공전원에서는 현업에서 경험한 실무적인 고민을 가져와 학술적인 연구 문제로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문제를 정의하는 것 자체가 버거웠습니다. 결국 "무엇을 문제로 정의할 것인가", "왜 이 문제를 풀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던졌습니다.
제 나름대로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생각해서 논문을 찾아보면 이미 비슷한 선행 연구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실험 결과가 기존 방법보다 조금 좋게 나왔다고 해도 기존 연구와의 차별점을 논리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연구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이러한 과정 중에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아 몇 번이나 방향을 틀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초기 가설 설정부터 원점에서 다시 진행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회사에서 석·박사를 마치고 온 직장동료들이 완전히 다시 보였습니다. '이분들도 나와 똑같이 숱한 시행착오를 견뎌가며 여기까지 오셨겠구나' 싶었습니다. 예전에는 다른 사람의 논문을 볼 때 얼마나 유용한지만 봤다면, 이제는 치열한 과정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금융사기 탐지와 연합학습을 연구하고 계십니다. 이 주제를 선택하게 된 계기와 연구가 지금의 형태로 발전해온 과정도 궁금합니다.
공전원에 입학하고 나서 사내 AI 전문가분께 연구 주제 조언을 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희 기관이 여러 금융기관 사이를 중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니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을 공부해 보라고 권해주셨고 그것이 지금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연합학습은 원천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지 않고도 여러 참여 기관이 협력해 하나의 공통된 모델을 학습하는 기술입니다. 금융권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규제가 엄격해 기관 간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활용하기가 어려워서 매우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수평 연합학습을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선행 연구를 찾아볼수록 이미 연구가 많이 진행이 되어 있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민한 끝에 지금의 수직 연합학습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수직 연합학습은 동일한 고객이나 거래에 대해 기관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정보를 나누어 보유하고 있는 구조 입니다. 지금은 이러한 분산 환경에서 특정 기관의 정보가 일부 누락되거나 데이터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금융사기 탐지 성능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보완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와서 연구 주제를 선택하는 과정을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구체적인 연구 로드맵을 딱 정해놓고 출발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회사에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기술을 배우자'는 마음으로 출발해, 현업의 필요성과 학술적 차별점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끊임없이 현실적인 경로를 찾아온 과정이었습니다.
Q. 지난 1년간 학생기자로도 활동하셨습니다. 평소에는 내향적인 편이라고 하셨는데, 직접 교수님과 학우들을 만나 인터뷰하는 경험은 어떠셨나요?
처음 학생기자를 시작할 때는 기사를 쓰는 것보다 인터뷰를 직접 이끌어야 한다는 사실이 훨씬 부담스러웠습니다. 워낙 내향적인 편이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거나 대화를 주도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교수님 인터뷰를 진행할 때는 제가 오랫동안 현업에만 머물렀던 터라 "이런 질문을 드려도 혹시 실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사전 질문지를 몇 번씩 수정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고 나니 걱정했던 것과 달리 교수님들과 원우분들께서 굉장히 편안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학생기자로 활동하며 가장 좋았던 점은, 평소라면 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을 다양한 배경의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산업군에서 열심히 일해온 학우들이 왜 공전원을 찾았는지, 어떤 갈증을 느끼고 있는지, 교수님들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계시는지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1년 동안 기자로 활동했다고 해서 내향적이었던 성격이 갑자기 외향적으로 바뀐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낯선 인터뷰를 앞두면 긴장하고 사전 질문지를 보면서 반복해서 인터뷰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는 건 여전합니다. 그래도 낯선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고 귀를 기울이는 일에 느끼던 막연한 두려움은 확실히 덜어냈습니다. 원래 성향대로라면 쉽게 엄두를 내지 못했을 텐데, 학생기자라는 역할 덕분에 스스로 그어두었던 경계를 조금은 넘어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이제 석사 과정의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2025년 처음 공전원에 입학하던 자신에게 한마디를 해준다면, 그리고 졸업 후 다시 회사로 돌아갈 자신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입학할 때의 제게 말을 건넬 수 있다면 '2년 금방 가니까, 몰입할 기회가 있을 때 하루라도 먼저 시작해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시에는 2년이면 꽤 여유로울 줄 알았는데 그사이 쌍둥이 아빠까지 되면서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습니다. 초기에 계획했던 모든 걸 100% 완벽하게 해내진 못했어도, 학교에 오지 않았다면 절대 겪지 못했을 값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과 주변의 배려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텐데,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졸업 후 회사로 복귀할 저에게는, 학교에서 배운 최신 기술을 현업에 잘 접목하는 것은 기본이고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해결해나가면서 겪었던 이 시행착오를 잊지 말자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회사에 복귀하면 조직 상황이나 부서 배치에 따라 AI가 아닌 다른 업무를 맡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자리에 있든 본질적인 문제를 먼저 정의하고 새로운 기술이나 접근법을 주저 없이 시도해 보는 태도를 잃지 않으려 합니다.
취재 및 정리 : 정유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