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이하 공전원)에서는 1학년 여름과 겨울, 국내외의 다양한 산업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11기 학우들의 하계 부트캠프는 6월 23일부터 26일까지 홍콩과학기술대학(이하 홍콩과기대) 광저우캠퍼스에서 진행됐습니다.
공전원에 적응하며 첫 학기를 보낸 학우들은 6월 16일 진행된 사전 오리엔테이션에서 긴장을 풀고 가벼운 마음으로 부트캠프를 준비했습니다. 구윤모 교수님께서 입국신고서 작성법과 위챗페이 등록법 등 현지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꼼꼼히 안내해 주셨고, 국제대학원 조영남 교수님께서 중국의 국가발전 전략과 미중 경쟁을 주제로 강의해 주시며 중국 방문의 큰 그림을 짚어주셨습니다.
첫째 날, 도착
23일 아침 비행기부터 다음 날 새벽 비행기까지, 학우들은 각자 상황에 맞는 항공편으로 광저우 바이윈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6월 우기의 광저우는 38도 안팎의 후텁지근한 날씨에 소나기가 오다 그치기를 반복했습니다. 광저우 남쪽 난샤에 위치한 캠퍼스는 도심에서 택시로 1시간 20분가량 걸렸습니다. 학우들은 캠퍼스 게이트에서 QR코드를 찍고 오른편 긴 야외 통로를 지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체크인을 했습니다. 첫날은 짐을 풀고 숨을 돌리는 자유 일정이었습니다. 일찍 도착한 학우들은 시내를 둘러보거나, 알리페이로 저녁을 사 먹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둘째 날, 명강의로 중국을 읽다
24일 수요일 아침, 강의실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습니다. 2022년 문을 연 홍콩과기대 광저우캠퍼스는, 이론 교육 중심인 홍콩 본교와 달리 실용적인 학문에 무게를 두는 곳입니다. 강의가 진행된 E4동에 학우들이 하나둘 모이고, 오전 9시 강의가 시작됐습니다.
첫 강의는 홍콩과기대 신지훈 교수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공전원 구윤모 교수님과 오랜 친분이 있셔서 학우들을 더욱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광저우와 선전, 홍콩, 마카오를 하나로 묶는 대만구 전략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광동성은 수출입 규모가 40년째 중국 전체 1위이며 BYD, 화웨이 등이 모두 이곳에서 나왔습니다. 성도인 광저우는 오랫동안 남중국 교역의 관문이었고, 지금은 화남이공대와 광동공업대 같은 대학이 모인 연구 도시이기도 합니다. 홍콩과기대 광저우캠퍼스는 그 연구 거점 중의 하나입니다.

▲신지훈 교수님
이어 홍콩과기대 허우윈(Hou Yun) 교수님께서 중국 정부가 벤처캐피털 역할을 하는 방식을 설명하셨습니다. 정부 투자기금은 정부가 손실을 떠안도록 설계됐지만, 실제 운용을 맡은 담당자는 투자가 실패하면 국유자산 손실의 책임을 지게 되어 안전한 곳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전 강의를 마치고 강의동에서 멀지 않은 교내 식당으로 이동해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학우들은 현지 음식을 맛보며 담소를 나눴습니다.

▲교내 식당에서 이뤄진 점심식사
오후에는 홍콩과기대 장커쥔(Jiang Kejun) 교수님께서 206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아래 중국의 에너지 전환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중국 신에너지차 판매는 2025년에는 1600만 대가 예상된다고 하시며 10분 충전으로 400킬로미터를 가는 급속충전이 이미 상용화됐다는 대목에서 학우들의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장 커쥔(Jiang Kejun) 교수님
마지막으로 에코브레인 류하늬 박사님께서 탄소 규제와 무역이 어떻게 하나로 묶이고 있는지 설명하셨습니다. 온실가스 회계는 기업이 직접 배출하는 스코프 1과 전기 사용에 따른 스코프 2를 넘어, 공급망 전체를 포함하는 스코프 3까지 넓어지고 있습니다. 한국도 2026년 이후 자동차 배출 기준에 전과정 평가를 반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강의 말미에는 기업이 탄소 규제를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난점을 두고 류하늬 박사님과 공전원 한훈 교수님 사이에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류하늬 박사님
저녁은 광동 요리를 중심으로 한 만찬이었습니다. 교수님들과 학우들은 회전식 원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첫째 날을 마무리했습니다. 캠퍼스 안 게스트하우스는 1인 1실로 거실과 서재, 침실과 부엌이 갖춰져 있어 3박 4일 머물며 공부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다만 첫날 밤 에어컨 공조 시스템이 고장 나 잠을 못이룬 사람이 많았는데, 몇몇 교수님과 학우들은 늦게까지 담소를 나누며 추억을 쌓기도 했습니다.
셋째 날, 오전 강의와 오후 자율연구
25일 아침, 게스트하우스와 강의동을 오가는 동선에 제법 익숙해진 학우들은 여유롭게 강의를 들으러 향했습니다.
중국 로펌 East & Concord의 이승군 변호사님께서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인투자 기업의 해산과 청산 절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해주셨습니다. 현지 사정에 밝은 변호사님께서는 청산 전에 회사에 자금이 충분한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과 함께, 중소기업 투자는 의류 제조 부문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이셨습니다. 광저우에 중국 최대 원단 도매 시장이 있다는 것도 이때 알게 됐습니다. 캠퍼스로 오는 택시 창밖으로 오토바이 뒤에 원단 두루마리를 싣고 달리는 사람들이 유독 많았던 이유였습니다.
이어 신지훈 교수님의 두 번째 강의가 있었습니다. 근처 맛집을 소개해 달라는 한 학우의 질문에 광동 요리는 간을 세게 하지 않고 재료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라고 하시며, ‘점도덕’ 본점에 가면 홍콩보다 저렴하게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팁을 주셨습니다. (실제로 가본 점도덕에서는 붉은 쌀피로 새우를 만 홍미창이 유명했는데 맛도 훌륭했습니다.) 강의의 본론은 기술추격 이론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후발주자가 앞선 나라를 따라잡는 세 가지 길(빠르게 뒤따르거나, 단계를 건너뛰거나, 중간에 길을 틀어 새 길을 내는 것)을 적용해 중국의 궤적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특히 신 교수님은 농구 코트 밖 벤치의 여섯 번째 선수에 비유하시며 기회의 창이 언제 열리든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모방을 나쁘게만 볼 일이 아니라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왜 베끼는지 알고 베끼면 역량이 되고, 모르고 베끼면 중진국 함정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오후에는 썬더소프트 저우펑청(Zou Pengcheng) CTO님께서 강단에 서셨습니다. 채팅창이나 앱을 얹는 수준이 아니라 운영체제 자체를 AI 기준으로 다시 짜야 한다는 내용이 강조되었습니다. CTO님께서는 학우들이 사전에 준비한 질문들에도 성심껏 답해주셨습니다.

▲썬더소프트 저우펑청(Zou Pengcheng) CTO
확률로 움직이는 언어모델 위에 예측 가능한 운영체제를 어떻게 세우느냐는 질문에는 AI가 엉뚱한 짓을 못 하게 규칙과 검증 장치로 울타리를 두르는 건 어렵지 않지만, 정말 어려운 건 AI를 언제 막고 언제 놔둘지 그 순간을 아는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강의가 끝난 뒤 학우들은 광저우 시내로 흩어져 자율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주강신청의 광저우 도서관, 리완구의 진가사, 황사역 문구 도매시장, 캔톤타워 등으로 나뉘어 각자 자유롭게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마지막 날, 샤오펑 본사와 스마트 공장 시찰

▲오병수 교수님
26일에는 광저우 시내 샤오펑 본사와 스마트 공장을 찾았습니다. 견학에 앞서 오병수 교수님께서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구도를 정리해 주셨습니다.
샤오펑 본사에서는 AI 모빌리티 체험센터와 글로벌 플래그십 쇼룸, 비행 자동차 전시 등을 둘러봤습니다. 푸른색의 안전모자를 쓴 교수님들과 학우들은 직접 운전석에 앉아보기도 하고 안내자에게 질문을 하며 견학을 즐겼습니다. 오후에는 광저우 스마트 제조 공장으로 이동해 전기차가 조립되는 공정을 자세히 보고 들었습니다. 학우들은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3박 4일 일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샤오펑 글로벌 플래그십 쇼룸 시찰 모습
취재 및 정리: 정유현 학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