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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우균 교수님
이름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날짜
2025.06.11 02:06
조회수
116

[인터뷰] 정우균 교수님

 

Q. 간단한 자기소개와 교수 임용 소감 부탁드립니다.

저는 육군에서 20년 동안 전차, 자주포, 총기, 차량, 통신장비 등의 전투장비를 개발하고 정비하는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군 생활 중 위탁교육으로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에서 석사를, 전역 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에서 박사를 마쳤습니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서울대학교 인간중심소프트로봇연구센터에서 연구조교수로 재직하던 중,

의류산업분야에 스마트팩토리 도입을 고심하던 호전실업으로부터 참여를 제안받아 현재까지 연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공학전문대학원과 2017년부터 인연을 맺어 왔습니다.

기계공학부 소속으로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님들과 몇 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공학전문대학원의 비전과 미션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기업으로 주 활동무대를 옮긴 후에 공학전문대학원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좀 더 깊이 공감하게 되었는데,

이번에 공학전문대학원 객원조교수로 참여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함과 동시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저도 육군 출신으로서 군수, 통신, 정보 등의 여러 장교들을 보았으나 군 무기를 개발하는 장교에 대해서는 처음 듣습니다. 개발 업무는 어떻게 맡게 되신 건가요?

정비대대라는 부대를 들어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정비대대에 있는 장교들이 바로 병기 장교들인데, 저 역시 병기 병과였습니다. 처음에는 보병대대 수색 소대장으로 1년 정도 복무했고, 이후 병기 병과로 전과하면서 본격적으로 무기와 탄약의 개발 및 보급, 유지보수 업무를 맡게 됐습니다.

군에서 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은 잘 체계화되어 있습니다. 일선 부대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보면 이런 장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생기곤 합니다. 그런 의견은 여러 단계를 거쳐 군수학교 같은 기관으로 전달됩니다. 저는 그런 요청이 도착했을 때, 그것이 정말 필요한 장비인지 검토하고, 어떤 방향으로 개발할지 수요 기획서를 작성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후에는 방위산업체와 협업하여 무기 개발을 진행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전차 같은 경우는 민간 산업체에서 만들게 되는데, 군과 업체가 함께 협약체를 구성하여 공동으로 개발을 진행합니다. 저는 그 협약체에 육군 측 일원으로 참여해서 기술 문서 작성, 테스트 계획 수립, 야전 운용 방식 조율 등의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실무적인 역할이 많습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장교가 이런 개발 업무를 한다는 걸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병을 포함한 전투병과의 경우 주로 야전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이런 경로를 겪지 않지만, 병기 병과는 대위 시절부터 진로가 갈리기 시작합니다. 저는 중위, 대위, 소령 시절마다 군수학교에 배치되어 여러 해 동안 무기 개발 업무를 반복해서 경험하였습니다.

Q. 20년 간의 장기 복무를 하셨는데 전역이란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전역을 하시게 된 계기와 전역 후 민간 기업에서 연구소장을 맡게 된 배경을 여쭤봐도 될까요?

군 생활을 하면서 위탁교육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 기계공학부 안성훈 교수님의 지도 하에 서울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진행하였습니다. 병과 업무를 군에서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와 밀접한 분야인 기계 공학을 선택했구요. 석사 때는 고속 방탄 해석과 복합재 역학 등을 연구하였습니다. 이 때 그 전에 했던 시험을 위한 공부와 달리 자기 스스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시험하면서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군 생활을 하면서도 마음 속에 학업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대대장까지 복무 후 전역을 선택하고 박사 과정으로 진학하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석사 시절 지도교수님이셨던 안성훈 교수님의 격려로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로봇과 AI, 비전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을 학습하며 적정 스마트 기술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박사 졸업 후 스마트팩토리를 고민하던 호전실업의 제안으로 현재까지 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Q. 기존에 몸담았던 분야에서 나와 새로운 길에 도전하시는 모습과 용기가 공학전문대학원 학생들에게도 큰 귀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호전실업에서 현재 맡고 계신 주요 직무와 경험 분야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호전실업 연구소의 역할은 의류제조 현장에 적용 가능한 스마트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 단계까지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저는 연구소장으로 로봇, IoT, 클라우드, AI, 비전시스템 등을 이용한 현장 적용 스마트 기술 개발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핵심 기술은 대부분 학교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며 다루었던 분야인데,

원단을 정확히 한장씩 잡아서 이송하는 로봇 기술, 수천대의 봉제장비에서 생성되는 실시간 데이터를 네트워크를 통해 클라우드로 전송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하여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 AI를 통해 생산 계획과 라인 구성을 생성하는 기술, 비전카메라와 AI를 이용하여 실시간 봉제 불량을 탐지하는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봉제 불량 탐지는 ‘적정 스마트 기술’의 핵심 사례로, 고가 장비 없이도 저비용-고효율 AI를 적용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Q. 공학도로서 현업에서 프로젝트 진행 시 가장 인상깊었던 경험이 무엇이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호전실업은 업력 40년의 의류제조 기업입니다.

인도네시아 현지 직원을 포함한 약 1만 6천여명의 직원 중 거의 모든 임직원들이 의류, 봉제, 영업, 자재 등의 전문가로 공학도는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마트 기술을 적용하는 과정은 임직원들에게 스마트 기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유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공학적 지식이 거의 없는 임직원들에게 기술의 특징과 효과에 대해 이해를 시키는 부분이 가장 어려웠는데,

현장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니즈들을 모두 충족할 수는 없지만 요구와 기술적 구현을 조율해가며 거리를 좁혀가는 과정이 기억에 남습니다.

호전실업과 같은 공학과 전혀 다른 도메인에서 공학도의 역할은 트랜슬레이터(Translator)와 모더레이터(Moderator)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현재 관심 가지고 계신 기술 또는 산업 분야가 어떻게 되시는지요?

저는 적정 스마트 기술(Appropriate smart technology)에 관심이 많습니다.

적정기술 본연의 의미는 개발도상국 등 기술적 발전이 높지 않은 곳에서 현지에 적용 가능한 대안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산업 현장이 가지는 특성에 따라 해당 도메인에 적정한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방향으로 연구되고 있는데,

지금 호전실업에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기술 개발도 '적정 스마트 기술'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기술로만 구성하되(Essential), 비용적으로 수용이 가능해야 하고(Affordable), 사용과 유지보수가 간단하며(Simple),

기존의 설비 및 환경에 호환가능한(Interoperable) 기술을 'EASI'기술, 즉, 적정 스마트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류제조분야는 자동화가 가장 늦어지고 있는 산업분야 중 하나인데, 가장 큰 이유는 취급 대상이 다루기 어려운 천과 실이며,

디자이너의 의도와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너무나도 다양한 형태의 제조 공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공학도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이지만 거의 진출하지 못한 분야가 의류 산업 분야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의류산업분야에서 공학도의 역할이 무궁무진하며, 앞으로 많은 기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현업에서 일하시며 느끼신 공학도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 무엇인지요?

저는 의류제조 산업분야에서 스마트 기술 개발 경력은 약 7년 정도로 그리 길지 않습니다.

다소 특수한 상황이긴 하였지만, 군에서 무기를 개발하고 유지, 보수했던 경력이 20년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더 긴 상황입니다.

두 분야 모두 공학도의 영역이기 때문에 제가 느낀 공학도로서 필요한 역량은 공통적인 것 같습니다.

다양한 역량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균형의 유지와 근성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경영이나 영업 분야에 계시는 분들이 흔히 공학도는 크게 보지 못하고 본인의 기술분야에 대한 편협한 사고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저 스스로도 그랬던 것 같고, 최근 입사하는 주니어 레벨의 공학도들도 마찬가지로 문제를 파고드는 역량은 뛰어난데,

다시 한발 뒤로 물러나 환경과 상황을 고려해서 조금 넓게 문제를 보는 종합적 접근은 다소 미흡한 것 같습니다.

치밀하게 문제를 파고들되, 문제를 넓게 보고 현업과의 연계성을 놓치지 않는 균형의 유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근성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질김이라고 다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끝까지 포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문제에 대해 정말 안되는 것을 되게 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건 안되는 거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판단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최대한 도출하고 하나하나 검증하여 결론을 내는 과정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대충 몇 개의 변수를 직관적으로 판단하고 이에 대해서만 검증한 결과를 결론으로 제시하는 과정은 위험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직관이 정확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정확한 직관도 근성을 가지고 여러 경험을 통해서 축적된 통찰력에서 나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Q. 회사 업무와 교수로서의 논문 지도의 병행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이미 회사와의 조율을 통해 회사 업무와 학생 논문 지도나 교수 활동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였습니다. 다만, 부득이하게 일정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면 최대한 학교의 업무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려고 합니다.

일과 시간에는 시간이 다소 부족할 수 있겠으나, 주말이나 야간 시간을 이용해서 논문 지도 내용을 사전에 검토하고 주중에는 학교에서 필요한 부분만 집중해서 지도하는 식으로 운영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회사에 와서도 여전히 계속 논문을 쓰고 있으며, 최근에도 1저자로 SCI 논문을 게재하였습니다. 현업에서 일하면서도 연구를 계속 진행해온 만큼, 논문 지도를 받는 학생 입장에서 실질적이고 세밀한 조언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공학전문대학원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저는 군 생활 중에 위탁교육으로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현장실무에 찌들어 있던 상태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하려니 몸도 마음도 부담이 컸습니다.

하지만, 2년 동안 인고의 시간을 지내고 다시 군에 복귀하여 이전에 수행하던 업무들을 보니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께 부여된 소중한 2년의 시간이 생각보다 짧을 수 있습니다.

바쁘셨던 현업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세미나, 컨퍼런스 등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실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정우균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