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우리가 문제를 정의할 때” : ‘그랜드퀘스트 시즌3 오픈포럼’ 참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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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5년 11월 27일(수),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이 주최하는 ‘그랜드퀘스트 시즌3 오픈포럼’이 서울대학교 관정관 양두석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그랜드퀘스트’란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해결이 어렵지만, 해결된다면 해당 분야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고난도의 과학기술을 의미합니다.
이번 오픈포럼에서는 로봇, 생명, 우주, 에너지, 산업AI의 총 5개의 분야에서 신진 연구자들이 직접 발굴한 새로운 질문들이 공개되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로봇 분야와 산업AI 분야를 중점적으로 취재하였습니다.
[사진] 이정동 교수님
가장 먼저 이정동 교수님의 개회사로 포럼의 막이 올랐습니다. 이정동 교수님께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제시된 문제’를 잘 푸는 나라로 훌륭한 추격자(Follower)로서 성과를 이뤘지만, 이제는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계기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그랜드퀘스트가 쏟아지길 기대한다고 하셨습니다.
[로봇 세션] "영화 속 로봇과 현실 로봇과의 격차... 인간 곁에 서기 위한 3가지 난제"첫 번째 세션에서는 김진수, 한경원, 황보제민 교수님께서 연사로 나서 "인간의 곁에서 안전하게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로봇"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셨습니다.
[사진] 김진수 교수님
첫 발표를 맡으신 김진수 교수님께서는 영화 <아이언맨>이나 <베이맥스>처럼 인간과 매끄럽게 교감하는 로봇은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언급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로봇이 통제된 실험실을 벗어나 집과 병원 등 일상 공간으로 들어오면서 인간과의 물리적 접촉이 불가피해졌다고 하시면서,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인간의 의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고도화된 센싱 기술과 AI의 지연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사진] 한경원 교수님
이어 한경원 교수님께서는 '안전한 접촉'을 위한 하드웨어의 중요성을 역설하셨습니다. 딱딱한 금속 로봇이 인간과 부딪히면 흉기가 될 수 있기에,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유연한 기계적 설계와 인간의 피부처럼 예민한 촉각을 가진 '로봇 스킨(Tactile Sensor)' 개발이 필수적인 과제임을 설명하셨습니다.
[사진] 황보제민 교수님
이어서 황보제민 교수님께서는 로봇의 '지속 가능성'에 주목하셨습니다. 현재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심각한 발열 문제와 낮은 에너지 효율로 인해 장시간 가동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인간은 혈액 순환을 통해 열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지만, 로봇은 특정 부분에 열이 집중된다고 하시면서 새로운 구동기(Actuator) 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하셨습니다.
발표 후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는 "왜 인간과 다른 형태의 로봇이 아닌 휴머노이드인가?"에 대한 흥미로운 논의가 오갔습니다. 패널들은 치킨만 튀기는 로봇은 주방 보조나 서빙을 할 수 없어 직원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지만, 인간 형태의 로봇은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주변 환경이 인간 형태에 최적화되어 있다며, 결국 시장의 요구는 특정 기능이 아닌 인간을 대체할 범용적 솔루션으로 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산업 AI 세션] "최적화를 넘어 창조로... '산업 AGI'가 그리는 제조의 미래"오픈포럼의 마지막 세션은 산업공학과 임치현, 이정혜, 임성훈 교수님께서 연사로 나서 "산업일반인공지능(Industrial AGI)을 통한 혁신적 제품 및 공정 설계"를 주제로 발표하셨습니다.
[사진] 임치현 교수님
ZOOM을 통해 참여하신 임치현 교수님께서는 중국의 막대한 생산 물량 공세 속에서 한국 제조업이 살아남을 길은 단순한 '생산성' 경쟁이 아닌 '창의성'에 있다고 진단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기존 산업 AI는 주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불량을 찾거나 수율을 높이는 최적화에 머물러 있다고 하시면서, 이를 넘어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고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일반화된 AI(Generalized AI)의 필요성을 역설하셨습니다.
[사진] 이정혜 교수님
이정혜 교수님께서는 이를 구체화한 'Industrial AGI'의 개념을 제시하셨습니다. 현재의 AI가 이미 발견된 데이터 안에서 국소적인 최적해(Local Optimum)를 찾는 데 그친다면, Industrial AGI는 마치 아인슈타인이나 패러데이처럼 가설을 세우고 가상 실험을 통해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가상의 과학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수님께서는 데이터가 없는 미개척 영역에서도 물리 법칙을 기반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공정 원리를 발견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사진] 임성훈 교수님
마지막 발표를 맡으신 임성훈 교수님께서는 이러한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Dream Manufacturing'을 제안하셨습니다. 이는 Industrial AGI가 제시한 새로운 제품 및 공정의 설계를 인간이 현실의 기술과 감각으로 구현하는 협력적인 생산의 현장을 의미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생성형 AI와 시뮬레이션, 그리고 인간 전문가의 피드백을 결합하여, 현실에서는 실험하기 어려운 수만 가지 시나리오를 검증하고 이를 실제 제품 설계로 연결하는 로드맵을 제시하셨습니다.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는 “데이터 양으로 승부하는 중국을 한국이 이길 수 있는가?“에 대한 뜨거운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교수진은 단순 데이터 접근 방식으로는 중국을 넘어서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이 보유한 숙련된 엔지니어들의 암묵지와 노하우 등을 AI에 결합하여, 양이 아닌 ‘질적인 초격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번 그랜드퀘스트 오픈포럼은 로봇, AI 등의 최첨단 기술의 현재를 확인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는 남이 낸 문제를 잘 푸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없던 문제를 정의해야 한다고 하신 이정동 교수님의 말씀처럼, 이번 포럼이 공학전문대학원 원우들에게 자신만의 ‘그랜드퀘스트’를 찾아 떠나는 도전의 나침반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