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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이분 교수님
이름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날짜
2024.06.20 05:06
조회수
405

 

1. 교수님께서 연구하시는 분야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연구분야는 학술영어 (English for Academic Purposes, EAP) 중에서도 고급 수준의 영어 글쓰기 교수법이으로, 학술영어의 구조적, 언어적 특징을 파악하여 이를 효과적으로 특정 성인 학습자 (석박사 대학원생, 연구자)에게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학술영어라 하면 대학수준 이상의 교육기관에서 수학을 위해 요구되는 영어능력을 통칭하므로, 우리 나라로 치면 학부 때 수강하셨던 대학국어, 대학영어 등의 과목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전세계적으로 영어권 대학에 비영어권 출신의 학생들이 많이 진학한 결과, 이런 학생들이 겪는 전반적 영어 리터러시(literacy)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고안된 교수법을 학술영어 분야라고 합니다. 잘 아시는 ESL 프로그램이 학술영어를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커리큘럼입니다. 영어권 대학에서는 예전부터 외국인 유학생 (international students) 이 주요 학교 수입원이었기 때문에 이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학교에 적응하여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교육적으로 지원해야 할 현실적 니즈가 있었습니다. 이런 니즈를 적극 반영한 분야가 바로 EAP 인데, 아무래도 학생 규모가 학부생이 많기 때문에 EAP 분야 연구는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전통적으로 많습니다. 반면, 제 관심 분야는 대학원생의 학술논문 작성법인데, 학부 교육에 비해서 개별 학술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니즈를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영어교육전공자들이 접근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분야입니다. 하지만, 대학원 교육의 논문작성법은 각 대학의 연구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물론 교수진의 니즈가 상당히 높은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2. 교수님의 이력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학부와 석사과정을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에서 마쳤고, 박사학위는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취득하였습니다. 박사과정 중 대학 ESL 프로그램에서 TA 로 일하며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위한 영작문 수업을 한 학기에 1개씩 담당했는데 주당 5시간 강의에 다수의 작문 과제를 채점하고 피드백을 주어야 하는 수업이라 작문 수업 전반에 대해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학위논문은 한국에 돌아와 마무리를 하였고, 논문을 쓰는 동안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강사로 다양한 강의를 진행했는데, 주로 학술영어와 공기업 및 사기업 대상 비즈니스 영어 관련 수업을 맡았습니다. 공학전문대학원에서 2017년에 영어논문작성법 강의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언어교육원에 해당 수업 의뢰가 들어와 커리큘럼 개발부터 참여하게 되었고, 그 이후 공학전문대학원 강사로 채용되어 ‘공학연구윤리 및 논문작성법’ 강의를 꾸준히 맡아 하다가 2024년 3월에 객원부교수로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3. 교수님의 유학 시절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국 유학 시절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다문화 사회를 피부로 느껴본 경험입니다. 한국에서 다문화 사회라고 하면 그냥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는 것 정도로 생각하고 갔는데, 막상 다문화, 다민족, 다인종 국가인 미국에서 생활을 해보니 왜 너무나도 오랜 시간동안 미국의 인종갈등이 해소가 되지 않는 지 이해할 수 있었고 심지어 개인적으로는 이 갈등은 해소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일례로, 저는 미국에서 생활하기 전에는 흑인들에 대해 우호적인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가 접한 흑인문화는 주로 음악과 영화를 통해서인지라 흑인들은 친절하고 정이 많고 흥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좋은 흑인 친구를 사귀어 보고 싶다는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공부한 오하이오 주는 백인이 우세한 지역이라 흑인을 많이 찾아볼 수 없었고, 가끔 마주치는 흑인들은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아시아인에게 오히려 백인보다도 배타적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미국의 인종갈등의 주요 원인은 백인이 흑인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던 저는, ‘오히려 흑인들이 더 쌀쌀맞고 아시아인에게 차별적인데?’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심지어 백인들의 흑인 차별 역사에 대해 필수과목으로 배울 때는, ‘내가 지금 여기서 흑인보다 훨씬 못한 대우를 받고 지내는데 흑인들이 차별 받은 역사를 한 학기 내내 배워야 하나?’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에 갈 일이 생겼는데, 루이지애나 주는 흑인이 우세한 지역이었고 그 곳에서 만난 흑인들은 제가 예전에 생각하던 정 많고, 흥 많고, 친절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지나가면 어디서 왔는 지 왜 왔는지 그렇게 들 먼저 물어보고 도와주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놀라웠습니다. 그 때 느낀 것이, 어쩌면 오하이오 주의 흑인들은 소수인종으로서 사회적으로 억압된 상태에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지내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인종이나 민족이든 집단적인 특성이 존재할 텐데, 그 특성도 자신들이 우세한 세력일 때 오롯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다문화 사회에서 살아가는 어려움의 근본적 어려움을 이해하게 되었고 (상대적) 단일민족으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의  장점도 깨닫게 된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4. 교수님께서 지도하시는 과목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어떤 학생들을 위한 수업인지, 어떤 부분을 초점으로 지도하시는지 등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담당하는 과목의 공식 명칭은  ‘공학연구윤리 및 논문작성법’ 입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영어로 논문을 작성하는 것을 기준으로 강의를 해왔지만, 사실 학술영어는 어떤 언어로 작성하든 특정한 구조적 형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국문 논문작성법이 크게 다르지 않고 시중의 국문논문작성법 도서들도 대부분 영어논문작성법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해당 교과목은 공학연구윤리 중에서 출판윤리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잘 아시는 표절 방지를 위한 인용법과 더불어 학위논문을 학술논문화 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 자기표절을 방지하기 위한 출판윤리의 원리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과정 중 학술논문 출판과 학위논문 출판이 중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때 표절시비 없이 학생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논문을 출판하는 방향성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논문작성법은 서론, 연구방법, 연구결과, 결론의 주요 섹션별로 어떻게 설득력을 높이는 글을 쓸 수 있는 지, 내용의 구조화와 효과적 언어 표현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저도 논문을 쓰는 사람인지라, 논문을 작성하면서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개인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있고, 학생들의 개별 문제도 함께 해결해 나가면서 효과적인 논문작성법에 대해 계속해서 탐구해 나가고 있습니다. 


5. 교수님께서는 공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의 미래를 이끌어주고 지도해주실 것입니다. 공학전문대학원과 학생들에게 어떤 기대와 바람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공학이라는 학문을 공과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처음 접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적성이나 흥미로는 제가 공학에 관심을 가질 일이 없었는데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저는 공학적 지식이 전무하지만, 최고 수준의 연구를 하는 학생들의 글을 읽고 지도해야 하다 보니 서당개처럼 어깨 너머로 공학을 구경할 기회가 생긴 것 같습니다. 얕게 나마 구경해본 결과, 저도 응용학문을 하지만 공학은 연구와 적용, 그리고 그에 따른 즉각적인 현실의 변화가 정말 놀랍도록 빠르게 진행되는 학문이더라구요.  어떤 연구를 하면 그게 정말 바로 적용이 되어 제품이 되거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즉각적으로 반영이 되더라구요. 이래서 중요한 학문이구나 싶었고 참 연구할 맛이 나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신의 연구로 세상을 바로 바꿀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세상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공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단순히 학위를 따기 위한 다소 손쉬운 연구가 아니라 정말 현실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전적 연구를 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산업계에서 많은 경험과 능력을 쌓으신 분들이 학계에 풍성한 영감을 주시기를 바라고, 학계에서 이론과 연구방법론적 최신 트렌드를 많이 접하고 가셔서 자신의 업계에 선구자적 기여를 하시기를 기대합니다. 


6. 더하고 싶은 말씀이나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로써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 앞으로 기대하는 점 등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학전문대학원에서의 수학을 통해 텍스트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원리에 대해 깊게 맛보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공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작성하시는 연구보고서를 단지 학위과정의 일부가 아니라, 전문적인 내용을 논리적으로 설득력 있게 글로 표현하는 방법을 제대로 훈련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일은 긴 호흡의 글로 표현되기 마련이니까요. 정성을 다하여 어렵게 하신 연구와 프로젝트가 그에 합당한 평가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화룡점정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여러분이 공전원에서 수학하시는 동안 이토록 중요한 글쓰기 능력을 기르실 수 있도록 제가 최선을 다해 조력하겠습니다. 


학생기자 이다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