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EP Newsletter 12] 기고 - 파블로프와 마음의 원리 그리고 공학전문대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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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프와 마음의 원리 그리고 공학전문대학원-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김성우 교수
19세기말, 오스트리아 빈 의대를 나온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마음을 움직이는 근본 힘과 동작원리를 과학적으로 밝히고 싶었지만,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알아낼 길이 없었다. 대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분석하여 그 원리를 알아내려 하였다. 그가 제시한 마음의 원리에 대한 가설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지는 못하였지만, 대신 필력으로 많은 이들이 이 분야에 일생을 걸도록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 빈에서 2천킬로미터 떨어진 샹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장교 하나가 맹견에 물려 광견병에 걸리게 되었는데, 러시아에서는 치료를 못해 사경을 헤매게 되었다. 다행히 그의 상사가 러시아의 왕자였고, 그 장교를 파스퇴르가 있는 프랑스로 보내 치료를 받게 하였다. 또한 러시아의 의학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프랑스는 얼마 안있어 현대식 세균 연구를 위한 파스퇴르 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에 자극을 받은 부자인 러시아 왕자는 러시아에 실험의학연구소를 설립하게 된다.
이 연구소가 설립되면서, 의사와 과학자들이 몇몇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들 중에 이반 파블로프가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로써는 의학과 과학을 묶는 이런 새로운 융합 연구소에 경력을 걸 거물을 찾기 어려웠다. 독일을 거쳐 러시아 육군의과대학에 근무하던 파블로프가 이 연구소에 합류해 전념하게 되고 연구소는 이내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당시 열강들이 각축하던 상황이라 나라의 우선순위가 군에 있었기 때문에, 의사들 상당수가 군에 관련되어 있었고, 대부분 과학 훈련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정부에서는 의사들이 과학교육을 받으면 2년간 학비를 지원해주는 것을 포함한 많은 혜택을 주었다. 덕분에 파블로프는 생리학을 비롯한 과학 훈련되어 있지 않지만, 실전 경험이 풍부한 의사들과 협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파블로프의 넘치는 아이디어들을 추진할 수 있었다. 파블로프의 실험실과 연구소는 사람과 열기로 북적였다. 100년도 전의 먼 타국땅에서, 복작복작 에너지 넘치는 지금의 공학전문대학원의 향과 멋이 느껴진다.
당시로써는 소화기에 문제가 생기면 꽤나 괴로웠기 때문에 주목을 받는 분야였는데, 파블로프는 개를 이용한 소화 연구로 1904년 노벨 생리학상을 받게 되고 러시아의 영웅으로 등극하였다. 소화기로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 파블로프는 이내 마음의 원리를 들여다 보기로 한다. 소화에 관련된 것은 붐비된 침과 위액의 양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침과 위액을 분비 시키는 자극 조건을 찾고 그 분비량으로 그 인과 관계를 정량화 할 수가 있었다.
마음이 관심법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이 되는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이 조건화는 학습, 훈련, 교육, 광고를 설명해 내는 근본 원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근본 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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