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디즈니와 K팝 그리고 공학전문대학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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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민감히 움직인다.
월트 디즈니는 재미있게 읽은 것이 있으면, 나중에 영화를 만들기 위해 판권을 미리 사두었다. 히치콕도 마찬가지여서 이야기 자체가 눈에 띄면, 영화사를 통해 판권을 사두고 주요 구성만 남긴 뒤에 긴장감을 배가한 히치콕스러운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내었다.
만화영화 제작사와 감독도 동화책을 둘러보다가 기묘한 이야기를 발견하면, 판권을 사두었다. 책뿐만 아니라 이제는 웹툰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꺼리를 물색해 둔다.
판권이 확보되면, 전문 작가들에게 살을 붙이게 한다. 로맨스를 잘 쓰는 작가가 러브라인을 만들고, 액션을 잘 쓰는 작가가 받아 박진감을 더하며, 개그 코드가 있는 작가가 웃음포인트를 붙이기를 몇차례 거치다 보면, 로맨스와 액션 그리고 웃기기까지 한 대본이 나온다. 여기에 삽화가가 붙어 글로 되어 있는 대본을 시각화를 한다. 그리고 만화화 된 장면을 재현할 배경과 배우가 물색이 되면서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작품으로 거듭나게 된다.
2000년 초중반 K팝은 여러 표절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었다. 몇몇 대형 가수도 비자발적으로 은퇴를 하거나 복귀하지 못하게 되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음악을 개인 혼자 만들 수 있게 되었는데, 그와 동시에 누구나 인터넷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표절을 숨기기가 어려워 졌기 때문이다. 개인 혼자 앨범에 들어갈 십여곡의 히트곡을 만드는 것이 사실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렇게 짜내서 들을 만한 것들은 대부분 어디선가 들어본 괜찮은 멜로디와 소리였다.
이후 K팝은 단독 작곡이 거의 없어지고 여러 작곡가가 공동으로 작곡하게 된다. 그래서 조금 비슷하다 싶으면 다른 것이 나오며 무슨 구성 인지도 알기 어려울 정도로 새로운 것이 나오면서 표절 논란을 잠재웠다. 장르 자체도 멜로디보다는 가사와 톤을 전달하기 좋은 방향으로 바뀌며, K팝이라고 하는 음악 장르 자체를 만들어 냈다.
공학전문대학원의 연구원들은 지도교수의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골치가 아프지만 해결이 안되고 있는 문제를 들고 온다. 내 눈에는 월트 디즈니가 보았던 재미있는 이야기가 탄생할 원석들이다. 그리고 산업경험이 풍부한 객원교수님들과 여러 전공과 배경을 가진 교수님들에게 공동 지도를 받도록 하고 있다. 현장의 문제는 매우 복잡해서 한가지 수단만으로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 중심, 문제 중심, 프로젝트 중심이라고 하는 사회의 수요를 커리큘럼에 담고, 산업 현장에서 캐낸 원석을 여러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시간과 공간의 다차원에서 다듬어 작품을 만들기 위해 K팝 시스템을 연구에 도입하고 있는 공학전문대학원에 거는 기대가 크다.
김성우 공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