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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 특집 : 교수님 인터뷰] 물리학과 정현석 교수님
이름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날짜
2022.09.29 01:09
조회수
961

* 2022 서울대 자연과학 공개강연 '과학 동행'에서 정현석 교수님이 강연한 ‘양자 세계와 인류의 동행’의 동영상을 참고하여 인터뷰하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m4BAyI-1g6E)

 

• 교수님과 물리 천문학부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물리 천문학부는 물리학 전공과 천문학 전공을 포함하는 학부입니다. 그 중에서 제가 강의하고 있는 물리학은 자연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와 법칙들을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우리 학부에서 다루는 토픽들은 자연을 구성하는 근본 입자에 대한 연구부터 빛과 물질의 성질과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 생명 현상을 밝히기 위한 물리학, 새로운 소자나 소재를 합성하는 응용 연구까지, 이론과 실험, 기초와 응용에 걸쳐 물리학의 거의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저는 물리학 중에서도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한 양자정보이론과 양자광학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 원자, 분자 및 광 물리 연구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어떤 산업체에서 그 연구 결과가 주로 쓰이는지요?

원자, 분자 및 광 물리학은 빛, 원자, 분자의 본질적인 성질과 그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추구하는 분야입니다. 원자, 분자, 광 물리는 컴퓨터, 통신, 의료, 계측 등 산업체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대표적인 결과물로는 레이저를 들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더 나아가 양자 중첩이나 얽힘과 같은 양자역학의 근본 원리를 보다 직접적으로 이용하고 응용하는 양자정보 분야가 빠른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양자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면 특별한 문제를 고전적인 컴퓨터보다 효율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양자 컴퓨터가 가능해지게 됩니다. 양자역학은 자연에 대한 관점과 이해를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양자역학의 성공을 바탕으로 양자컴퓨터와 양자통신을 포함한 양자정보기술 분야는 특수한 목적을 가진 분야부터 이제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학계에서도 양자정보기술이 인류의 생활을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과 다소 회의적인 전망이 공존하는, 이제 막 개척되고 있는 분야라고 설명 드리고 싶습니다.

 

• 양자 컴퓨터/양자정보처리란?

양자컴퓨터와 양자정보처리의 기본적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자 중첩, 양자 얽힘, 양자 측정, 그리고 결잃음이라는 네 가지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양자역학적 현상들이 뚜렷이 나타나는 미시적인 세계에서는 물체가 한 번에 하나의 상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구별되는 상태들의 중첩 상태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떨어져 있는 물체들이 고전적 상관관계를 뛰어넘는 상관관계를 가지고 서로 양자역학적으로 얽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중첩되어 있는 양자 상태를 측정하면, 측정의 기준이 되는 상태들 중 하나의 상태로 붕괴되어 버리는데, 이 측정 결과에 대해서는 확률적으로만 예측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고전적인 물리학의 틀 안에서는 설명이 불가능한 개념들입니다.

이러한 양자역학의 원칙들을 이용하면 고전적인 컴퓨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컴퓨터의 설계가 가능해집니다. 고전적인 비트와 달리 0과 1의 중첩 상태로 존재가 가능한 큐비트를 이용해서 고전적으로는 불가능한 과정들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큐비트는 측정하면 0 또는 1로 붕괴되기 때문에 큐비트들을 이용해서 어떻게 고전적인 정보처리보다 더 높은 효율을 얻어낼 것인지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양자컴퓨터를 유용해지게 하는 이런 문제들과 계산 과정들을 찾아내는 양자 알고리즘 분야도 하드웨어의 설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유명한 쇼어의 소인수분해 알고리즘이나 분자의 에너지 계산 등이 이런 문제들에 해당됩니다. 즉, 양자컴퓨터는 특정한 문제들을 기존의 컴퓨터보다 효율적으로 풀어내는 특수한 목적의 컴퓨터라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한편 양자 중첩이나 얽힘과 같은 양자 상태들은 의도적으로 측정을 하지 않더라도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정보를 잃어버리며 붕괴되어 버리는데 이 과정을 결잃음이라고 부릅니다. 최종 측정 전의 계산 과정 중에는 큐비트들이 붕괴되면 안 되는데, 결잃음에 의해 양자 정보가 빠져나가 버리는 것이죠. 이 결잃음이 큐비트들에 오류를 일으켜서 양자컴퓨터의 구현을 어렵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큐비트들을 결잃음으로부터 최대한 보호하면서 제어성이 높은 시스템을 구현하고, 오류를 효율적으로 정정해 나가는 방법들을 설계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 공학전문대학원 학생들 지도 강의하신다면 어떤 학생들이 산업체에서 오면 좋는지? 어떤 과목을 가르쳐 주시면 좋을지?

어떤 분야이든 좋지만, 특히 컴퓨터, 통신, 인공지능, 반도체, 화학, 제약 분야에서 오신 분들이 양자역학과 양자정보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함께 공부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화학이나 제약 쪽은 얼핏 생각하기에 큰 관련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양자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신규 화학 물질 및 신약 개발 모델링의 가능성 등과 관련되어 양자정보기술의 발전에 오히려 빨리 영향을 받는 산업 분야가 될 수도 있습니다.

 

• 공학전문대학원 학생들과 산업체 재직 중인 입학 지원생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양자 역학은 고전 역학으로는 설명하지 못했던 많은 부분을 새로운 시각으로 풀어내면서 자연에 대한 이해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양자역학이 반도체에 어떻게 사용될지 몰랐었던 때와 같이 양자 역학의 근본적인 특성에 기반하여 발전 중인 양자정보기술이 미래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이러한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의 해답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도록 학교와 산업체가 같이 노력하고 협력했으면 합니다.